Dreaming Cave

Lim Seohyun

2026.7.17.-2026.8.1.

  • 일반 관람 오픈
    26.7.17. 13:00-
  • 관람 시간
    13:00-18:00
  • Open to the Public
    26.7.17. 13:00-
  • Viewing hours
    13:00-18:00



임서현(b.1997)의 개인전 《지하의 기억》을 개최합니다.


임서현 작가는 대지에 잠든 기억을 온몸으로 직접 깨우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합니다.

그녀에게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친족이며, 꿈은 모든 존재를 잇는 통로입니다. 

작가의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물며 언어 이전부터 땅에 새겨진 관계의 감각을 더듬어갑니다.

화면 속 인물들 역시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흙, 동식물, 조상과 거대한 관계망을 이룬 채 대지의 기운에 귀를 기울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회화는 잊혀진 대지의 언어를 통해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의 일부였던 오래된 시간을 우리에게 다시 불러옵니다.


OMG SEOUL 010-5718-9989


친밀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밝히는 것보다 우리의 내밀한 삶이 깃든 공간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 공간은 모든 것이다. 시간은 더 이상 기억을 일깨우지 않는다. 기억은 구체적인 지속을 기록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삶의 달력이 있지만 그 달력에는 이미지가 결여되어 있다. 기억은 공간에 더욱 단단히 자리 잡을수록 더욱 견고해진다. 공간에 뿌리내린 자리 없이는 기억은 진정으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기억과 결부된 의식은 언제나 분명한 장소성과 함께 존재한다. — 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우리는 대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 역시 인간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떨까. 바슐라르에게 기억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머물고 통과한 공간 속에 침전된다. 그런 의미에서 동굴은 인간의 삶보다 앞선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다. 임서현은 그 내부를 직접 걷고 만지며 그곳에서 경험한 어둠과 긴장, 빛과 허기를 회화의 감각으로 옮긴다. 과거는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나타난다는 베르그송의 사유 또한 이 지점에서 임서현의 회화와 조용히 겹쳐진다.


임서현에게 대지는 기억이 퇴적된 깊이다. 흙과 돌, 동굴과 뿌리, 꿈과 잠은 고정된 상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생명이 스며들고 만나는 통로다. 화면 속 풍경 역시 자연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언어와 인식 이전에 남아 있는 오래된 감각을 천천히 불러내는 쪽으로 기운다.


작가는 몸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감각을 더듬기 위해 동굴을 탐험하고 돌을 쌓으며 땅을 만지고 꿈을 기록한다. 자연의 순환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형성된 사주와 명리의 사유에 관심을 두고 최면을 통해 의식 아래에 잠겨 있는 기억을 살피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초월적 세계를 입증하기 위한 의식이라기보다 언어와 논리가 세계를 분류하기 전에 몸이 먼저 감지했던 관계를 신뢰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에서는 시각이 더 이상 세계를 지배하지 않는다. 발끝에 전해지는 돌의 기울기, 손바닥에 닿는 벽의 표면, 습기와 공기의 흐름이 몸 전체를 하나의 감각기관으로 바꾸어 놓는다. 위험과 맞닿은 긴장 속에서 사라졌던 허기와 땀 냄새가 탐험을 마치고 입구의 빛을 만나는 순간 되돌아온다. 죽음의 순간들과 동행하다 마주한 빛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아니라 몸이 다르게 세계를 받아들이게 될 징후가 된다.


화면 안에서도 상반된 상태들은 쉽게 나뉘지 않는다.  동굴에서 추락하는 몸은 횃불을 놓지 않고 발은 한 뼘 남짓한 바위를 끝내 찾아 디딘다. 깊은 바다는 생명을 삼킬 듯 검푸르지만 동시에 빛을 품고 있다. 줄기와 뿌리는 배경에서 자라나 탈출하는 인간의 몸을 감싸고, 인간과 동물, 식물과 광물의 경계는 한 형상에서 다른 형상으로 번져간다. 존재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포개지고 스며들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하나의 생명처럼 움직인다.


임서현의 화면에 나타나는 소년의 얼굴은 어느 하나의 의미로 굳어지지 않는다. 소년은 세계를 모두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존재다.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평온 사이에 머무는 표정은 어떤 사건이 막 지나간 직후의 시간을 붙잡고 있다. 성별과 정체성이 선명하게 규정되지 않은 얼굴에는 판단보다 먼저 도착한 감각이 남아 있다.


자신이 감각한 대지의 기억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화면에 대한 실험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퇴적의 시간을 따른다. 드로잉에서 선명했던 형상은 캔버스로 옮겨지며 흐려지고 나이프로 물감을 밀어 올리고 다시 덮는 반복 속에서 종유석이나 광물의 결정처럼 시간을 얻는다. 쌓이고 덮이며 이전의 흔적과 작가의 몸을 통과한 상상을 품은 채 또 다른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임서현의 회화는 잊힌 과거를 복원하려는 작업이 아니다. 작가는 동굴과 꿈, 돌과 불빛, 기억과 자연을 통해 우리가 오래전부터 세계와 관계 맺어온 방식을 다시 감각하도록 이끈다. 시각의 확신과 설명의 언어를 잠시 내려놓는 순간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감각은 현재의 몸 안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Tilting. Creaking. Still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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